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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도16921 판결

【업무방해】〈피고인들이 전쟁 반대의 표현행위를 한 것이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의 ‘위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공2025상,851】


【판시사항】

[1]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의 의미 및 위력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한계 및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 등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행위가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판결요지】

[1]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한다. 또한 위력이 행사되었다고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피해자 등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2]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을 통하여 의견을 집약하면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도 다른 법익과의 관계에서 헌법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 보장의 폭과 방법은 다른 법익과의 면밀한 비교와 형량을 통하여 정해야 한다. 한편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 등 공적 관심사는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 제한은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항의 경우보다 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이러한 표현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민주적 담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행위가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보호범위 및 한계, 형벌의 보충성과 최후수단성의 원칙도 함께 음미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7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해마루 담당변호사 임재성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2022. 9. 22. 14:30경 고양시 일산서구 (이하 생략)에 있는 ○○○ 제2전시장에 들어가 다수의 관람객들이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날 14:31경부터 14:42경 사이에 피고인 3, 피고인 4는 위 전시회 전시품 중 K808 장갑차 위로 올라가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피고인 6, 피고인 8, 피고인 7은 위 장갑차 옆에 전시된 K2 전차 위로 올라가 ‘방위산업체의 이윤=누군가의 죽음, STOP THE ARMS FAIR, 전쟁장사를 멈춰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펼쳐 든 채 “전쟁장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피고인 5, 피고인 2는 이들의 행위를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독려하고, 피고인 1은 위 피고인들의 행위를 말리려는 보안요원들의 제지를 차단하는 등 소란을 피워 관람하던 관람객이 자리를 옮기게 함으로써 공모하여 위력으로써 피해자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조직위원회’의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 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피해자의 전시회 운영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것으로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한다. 또한 위력이 행사되었다고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피해자 등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10956 판결,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1도9055 판결 등 참조).
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론의 자유로운 형성과 전달을 통하여 의견을 집약하면서 민주적 정치질서를 생성·유지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도 다른 법익과의 관계에서 헌법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 보장의 폭과 방법은 다른 법익과의 면밀한 비교와 형량을 통하여 정해야 한다. 한편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항 등 공적 관심사는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감시와 비판은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 제한은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항의 경우보다 더욱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취지 참조). 특히 이러한 표현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민주적 담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행위가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행사에 해당하는지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과 보호범위 및 그 한계, 형벌의 보충성과 최후수단성의 원칙도 함께 음미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라 알 수 있는 아래 사실관계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전시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은 △△△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이하 ‘이 사건 행사’라 한다) 개최 장소에서 발생하였다. 이 사건 행사는 다수의 방위산업체와 해외 바이어들이 참가하는 군사무기 분야 전시회로서 국가 방위산업의 현황을 알려 무기 판매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2022. 9. 21.부터 5일간 개최된 이 사건 행사에는 50개국에서 약 350개 기업이 참가하였고, 행사 기간에 약 65,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하였다. 이 사건 행사는 ○○○ 제2전시장의 6, 7, 8번 홀 및 야외전시장에서 진행되었고 그 전시면적은 실내 28,160㎡, 야외 60,000㎡에 달했으며 전시 부스 1,350개가 활용되었다. 이 사건 행사는 당사자 간의 무기판매계약 체결보다는 불특정 다수 관람객들에 대한 판매무기 전시에 중점을 둔 행사였다. 이 사건 행사 현장에는 전차와 장갑차 등 판매대상 무기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었다. 수많은 관람객들은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오가면서 전시를 관람하였고 다양한 홍보행사도 진행되고 있어 일정한 정도의 소음이 이미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2) 피고인들은 유료 입장권을 구매하여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 사건 행사장에 입장하였다. 이 사건 행사장에서 피고인들은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고 전쟁 수단인 무기생산 및 판매를 비판하기 위하여 악기 연주, 구호 제창 등 이 사건 표현행위에 이르게 되었다. 공소사실에는 피고인들이 약 11분간 전시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1,350개 전시 부스 중 1개 부스에서만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고, 그 시간도 5분 이내에 불과했다. 피고인들 중 2명은 현장에서 확성기나 앰프 없이 2대의 현악기만을 이용한 짧은 연주를 통해 표현행위를 하였다. 음악은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비폭력적 수단으로 국내외에서 종종 활용되어 왔다. 피고인들 중 3명은 구호를 제창하였는데, 이들 역시 소수에 불과한 데다 짧은 시간 동안 육성만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각각 악기 연주와 구호 제창을 마친 뒤 자발적으로 표현행위를 종료하였다. 이와 같이 위 피고인들은 가급적 전시회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 5, 피고인 2는 악기 연주나 구호 제창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외에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1이 보안요원들의 제지를 차단하면서 관람객들의 전시회 관람을 방해하였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
3) 피해자로 특정된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조직위원회’는 △△△협회를 주축으로 하는 단체로서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육군, 방위사업청 등 정부기관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피고인들은 비영리 시민단체 소속 회원이거나 무기거래에 반대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이 사건 행사에 방문한 시민들이었다. 무기생산과 수출 등 국가 방위산업에 관한 사항은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지므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은 국민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공적 관심사에 대해 감시와 비판을 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는 감시와 비판을 위한 표현의 자유가 헌법을 비롯한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충실하게 보장될 때 비로소 제대로 행사될 수 있다.
4) 우리 사회의 법 규범은 공적 관심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표현행위를 가급적 너그럽게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고, 국민의식도 이를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성숙하게 되었다. 또한 형벌은 해당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나 수단과의 관계에서 보충적·최후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므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행위를 위력으로 보아 형사처벌을 하려 할 때에는 일정한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 사건 행사의 특성, 피고인들의 행위 양상과 표현 수단, 이로써 이 사건 행사 현장에 발생한 소음 정도나 전시회에 미친 영향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력’, 즉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써 이루어졌다거나, 이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전시 업무가 실제 방해되었다거나 방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아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오경미, 권영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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