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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므15371 판결

【친생자관계존부확인】〈대리모가 자신이 대리출산한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사건〉【공2025상,896】


【판시사항】

[1]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대리모계약’의 효력(무효) 및 대리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관련하여 친생모로서 가지는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도 무효인지 여부(적극) / 출산한 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무효인 대리모계약에 의하여 출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가 자녀의 모인지 여부(적극)
[2]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도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여기서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대리모계약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화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므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대리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관련하여 친생모로서 가지는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는 대리모계약의 일부 혹은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고, 진실한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모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법률적 친자관계이지만,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자연적 친자관계라는 것이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바이고, 출산한 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한다면, 무효인 대리모계약에 의하여 출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를 자녀의 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가사소송절차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가사소송에 있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됨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신의칙을 위배한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나,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속하는 이상 실체법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소송의 제기에 대하여 이를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친자관계가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친자 상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족 간의 상속문제 기타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이다. 따라서 소송의 결과가 위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그 소송의 동기나 목적이 소권남용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 지어 비난할 사유가 되지 못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도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지는 법률상 친자관계가 진실한 혈연관계와 달라진 경위, 법률상 부모와 자녀가 친생자관계에 준할 정도의 정서적 유대와 실질적 생활관계를 형성·유지해온 기간과 내용, 판결로써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함에 따라 자녀 및 법률상 부모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 이른 경위와 동기 및 목적,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고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 외에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는 자의 유무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하늘 외 2인)

【피고, 상고인】

피고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현곤 외 1인)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부부인 ○○○과 제1심 공동피고 2(이하 ‘△△△ 부부’라 한다)은 2005. 11.경 인터넷 ‘대리모 카페’를 통하여 알게 된 원고와, 원고가 난자와 자궁을 제공하여 아이를 출산하여 주면 △△△ 부부가 그 대가로 8,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원고의 난자와 ○○○의 정자를 체외 수정한 배아를 원고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시험관 시술을 받아 피고를 임신한 후, 2006. 9. 22. 피고를 출산하였다.
나. △△△ 부부는 원고에게 피고를 출산한 대가로 8,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출산 이틀 후 원고로부터 피고를 인도받아 ○○○을 부(父)로, 제1심 공동피고 2를 모(母)로 하여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였으며, 그 무렵부터 현재까지 피고를 친자식처럼 양육하여 피고 역시 제1심 공동피고 2를 친모로 알고 생활해 왔다.
다. 원고는 피고가 100일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 부부에게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돈을 요구하였고, 2007. 1. 15. 제1심 공동피고 2로부터 3,000만 원을 지급받은 이래 2012. 1.경까지 30회 이상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할 것처럼 △△△ 부부를 협박하여 합계 5억 원 이상을 교부받았다.
라. 한편 원고는 2010. 8. 26. 및 2010. 10. 20. △△△ 부부로부터 위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받은 후, 피고에 대한 입양의 효력을 인정하고, 친권을 포기하는 등 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며, △△△ 부부의 양육에 대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 부부에게 교부하기도 하였다.
마. 그러나 원고는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다가 2016. 10. 5. 원고와 피고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서울가정법원 2016드단42001호)를 제기하였으나 변론기일에 모두 출석하지 아니하여 위 소는 2017. 6. 17. 소 취하 간주로 종결되었다. 이후 원고는 2017. 8. 22. 다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서울가정법원 2017드단328320호)를 제기한 후 2017. 10.경부터 2017. 12.경까지 인터넷에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을 게시하고, 2017. 10. 12.경에는 △△△ 부부에게 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합계 6억 5,000만 원을 요구하는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하기도 하였다.
바. 원고는 2019. 8. 9.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 부부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죄, 공갈미수죄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위 판결은 2020. 3. 26. 확정되었다.
사.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출생의 비밀 폭로와 허위사실 유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제기 등으로 인하여 제1심 공동피고 2가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아. 한편 원고는 위 형사사건 제1심 공판기일에 법정구속된 후 2019. 6. 8. 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취하하였는데, 형사판결 확정 후 수형 중이던 2021. 1. 29.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면서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2 사이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및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청구하였다.
자. 제1심은 원고가 피고를 출산하였음을 근거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는 한편, △△△ 부부가 입양의 의사로 피고에 대한 출생신고를 마치고 피고를 양친자로서 감호·양육해 왔으므로,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2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유효하게 성립하였고, 양친자관계를 해소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는 피고만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을 뿐 원고는 항소하지 아니하였으며, 원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이 사건 소는 부제소 합의에 위반하여 부적법하다는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보조생식 시술을 통하여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대리모계약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화하며,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하므로,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대리모가 자신이 출산한 아이와 관련하여 친생모로서 가지는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는 대리모계약의 일부 혹은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고, 진실한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모로서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친자관계가 성립하는 법률적 친자관계이지만,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자연적 친자관계라는 것이 우리 민법이 정하고 있는 바이고(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출산한 모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도 존재한다면, 무효인 대리모계약에 의하여 출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출산한 대리모를 자녀의 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는 △△△ 부부와 대리모계약을 체결하고 원고의 난자와 ○○○의 정자를 체외 수정한 배아를 원고의 자궁에 착상시켜 대리모로서 피고를 출산하였으나, 대리모계약은 민법 제103조를 위반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고, 피고의 모는 대리모인 원고이다. 원고는 피고를 출산하여 △△△ 부부에게 인도한 후 △△△ 부부로부터 추가로 돈을 받으면서 피고에 대한 입양의 효력을 인정하고, 친권을 포기하는 등 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으나, 이러한 합의는 무효인 대리모계약 일부의 재확인이거나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뿐더러 그 내용 자체가 친모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어서 우리 법질서상의 가족제도에 반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가 부제소 합의에 반하여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이 부분 결론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사표시의 해석 또는 부제소 합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이 사건 소는 소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가사소송절차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조 제2항은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가사소송에 있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됨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신의칙을 위배한 소권의 행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나,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에 속하는 이상 실체법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소송의 제기에 대하여 이를 신의칙에 반하는 소권의 남용이라고 판단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특히 친족법상 친자관계의 존부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친자관계가 신분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단순히 친자 상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족 간의 상속문제 기타 친족관계에 기초한 각종 법률관계에도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신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법이 의도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이다. 따라서 소송의 결과가 위 각종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당한 신분관계의 회복에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그 소송의 동기나 목적이 소권남용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정 지어 비난할 사유가 되지 못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소권의 남용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배척되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므405 판결 참조).
그러나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므로(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도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지 여부는 법률상 친자관계가 진실한 혈연관계와 달라진 경위, 법률상 부모와 자녀가 친생자관계에 준할 정도의 정서적 유대와 실질적 생활관계를 형성·유지해 온 기간과 내용, 판결로써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함에 따라 자녀 및 법률상 부모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에 이른 경위와 동기 및 목적,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원고가 입을 고통이나 불이익, 원고 외에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는 자의 유무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는 자녀인 피고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여 소권남용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
가) 원고는 △△△ 부부와 대리모계약을 체결하고, 보조생식 시술을 통해 피고를 임신·출산하여 △△△ 부부에게 인도하였다. 대리모계약 자체나 원고가 친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는 무효라 할 것이지만, △△△ 부부가 피고를 친생자로 출생신고하고 친생부모의 지위에서 피고를 양육하는 것에 대하여는 입양의 합의로서 원고의 대락이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 피고는 출생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 부부의 친생자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생활관계를 형성하여 왔다. △△△ 부부는 피고에게 보호·교양을 제공함과 동시에 피고의 성장·발전을 위한 지원을 충실히 하였고, 피고와 △△△ 부부 사이의 정서적 유대나 소속감도 공고해 보인다.
다) 원고는 피고가 100일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 부부에게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할 것처럼 협박하여 30회 이상에 걸쳐 합계 5억 원 이상을 교부받았다. △△△ 부부는 특히 피고에게는 대리출산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아니하였기에 원고의 금전 지급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 그러나 원고는 △△△ 부부에 대한 협박과 금전 지급 요구를 멈추지 아니하고, △△△ 부부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거나, 가족들 주거지 담벼락에 벽보를 게시하고, ○○○의 본가와 사업장을 찾아갔으며 급기야 인터넷 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 부부 및 그 가족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일부 폭로하였다. 피고가 대리모를 통해 출생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주변에도 알려짐에 따라 결국 피고도 이를 알게 되었고, 당시 11세 정도에 불과하였던 피고는 극심한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 부부도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충격과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2회에 걸쳐 피고를 상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바 있는데, 소제기를 전후로 △△△ 부부에게 소를 제기하지 않는 대가 혹은 이미 제기한 소를 취하하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소제기 전후로는 △△△ 부부에게 금전을 요구한 사정은 보이지 않으나, 이는 원고가 △△△ 부부에 대한 공갈 등 범행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기 때문으로 보일 뿐이다.
바) 원고가 대리모로서 피고를 출산한 사실은 △△△ 부부도 다투지 않고 있고, 이 사건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배척되더라도 가족관계등록부상 원고가 피고의 친모라는 사실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외에는 원고 혹은 제3자에게 다른 현저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원고는 그동안 △△△ 부부에게 피고를 대리출산하여 준 대가,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서 금전 지급을 요구하였을 뿐, 피고에 대한 애정이나 염려를 표현하거나, 피고의 친모로서 피고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는 밝힌 적이 없다.
2) 대리모계약의 본질상 원고가 피고를 임신·출산하여 인도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신체가 이용되고, 원고의 모성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사정은 있다. 대리모로서 피고를 출산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피고의 모이고, 법률상 친자관계에 진실한 혈연관계를 반영시키고자 하는 원고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를 대리출산한 사실을 악용하여 장기간에 걸쳐 △△△ 부부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고 △△△ 부부가 더 이상 돈을 지급하지 않자 인터넷 등을 통해 피고의 출생의 비밀을 일부 폭로하였다. 대리출산을 통해 출생한 피고는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원고의 위 행위와 이 사건 소로 인해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겪고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원고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와 예외적으로 소권남용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하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에 관한 심리·판단 없이 원고가 오로지 피고나 제1심 공동피고 2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얻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자녀의 복리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소권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이흥구(주심), 오석준, 이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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