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시사항】
[1] 이른바 ‘행정상 공표’의 방법으로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요건 / 그 공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및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 한국소비자원의 ‘행정상 공표’를 규정한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과의 관계
[2]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적시된 사실의 허위성 및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의 분배
[3] ‘행정상 공표’가 명예훼손이 되기 위한 요건 / 적시된 전체 내용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적시된 내용이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4]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한 요건으로서 위법한 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1] 일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등 이른바 행정상 공표의 방법으로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이에 대한 증명이 없더라도 공표의 주체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위법성이 없고, 이는 언론을 포함한 사인(私人)이 한 명예훼손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실명공표 자체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에서 비롯되는 무거운 주의의무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표 주체의 광범한 사실조사능력, 그리고 공표된 사실이 진실하리라는 점에 대한 국민의 강한 기대와 신뢰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인이 행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므로, 공표사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가 없다. 또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그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여기에는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이 “한국소비자원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사실 중 소비자의 권익증진, 소비자피해의 확산 방지, 물품 등의 품질향상 그 밖에 소비생활의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은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함으로써 한국소비자원에 그 본문에서 정한 소비자의 권익증진이나 소비자피해의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공표할 필요가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표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그 단서에서 정한 사업자단체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나 다른 공익상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공표 여부를 결정할 재량권을 부여한 점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한다.
[2]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다만 피고가 적시된 사실에 대하여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피고가 부담한다.
[3] 행정상 공표의 경우에도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여지가 없으나, 의견이나 평가를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적시된 전체 내용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적시된 내용이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평가를 표명하는 것인지 여부 및 허위인지 여부는 그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아래에서 문언의 객관적인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여기에다가 그 내용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제751조, 형법 제307조, 제310조,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 / [2] 민법 제750조, 제751조,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 [3] 민법 제751조, 형법 제307조, 제310조 / [4] 민법 제75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다57689 판결(공1998하, 1712), 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다15922 판결(공2007상, 206) / [2] 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공2008상, 355),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다280283 판결(공2024상, 97) / [3]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공2008상, 127),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6다45275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공2009상, 608) / [4]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7다247589 판결(공2022하, 2107)
【전 문】
【원고,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향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한국소비자원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우기 외 2인)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제출기간이 지난 서면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주식회사 ○○○(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은 코스닥 상장회사로 백수오 등 한약재의 복합추출물 원료 또는 이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판매하는 회사이다. 원고들은 소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피고 한국소비자원(이하 ‘피고 소비자원’이라 한다)이 아래와 같이 백수오 제품에 관한 보도자료를 공표한 이후 그 주식을 매도한 사람들이고, 피고 2, 피고 3은 피고 소비자원의 직원이다.
나. 피고 소비자원은 2015. 3. 말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및 그 원료로 공급되는 소외 회사의 가공 전 백수오 원료를 수거하여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를 검사한 후 2015. 4. 8. 소외 회사와의 간담회를 통하여 소외 회사의 가공 전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다고 알리면서 위 원료의 회수·폐기를 권고하였다. 이에 소외 회사는 그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권고 사항의 이행을 거부하고 2015. 4. 13. 피고 소비자원을 상대로 법원에 조사결과 공표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고(이하 ‘이 사건 가처분 신청사건’이라 한다), 그 무렵 위 사건 심문기일이 2015. 4. 29.로 지정되어 피고 소비자원에 통지되었다.
다. 그런데 피고 소비자원은 2015. 4. 21.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기관에 배포하였다(이를 비롯하여 2015. 6. 30.까지 피고 소비자원이 소외 회사의 가공 전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하여 8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모두 ‘이 사건 각 공표’라 한다). 그 당시 피고 소비자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회사의 가공 전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었는지 여부만 확인하였을 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양이나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경위를 확인한 바 없었다.
1) 최근 백수오가 갱년기 장애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장년 여성을 중심으로 백수오 제품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나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중 대부분이 식품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외관상 형태는 유사하나, 이엽우피소는 간 독성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국내에 식용 근거가 없는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3)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32종 중 백수오만 사용한 것은 3종에 불과한 반면, 이엽우피소만 사용한 것은 12종, 이엽우피소를 혼합하여 사용한 것은 9종에 이른다. 백수오 사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8종 중 6종은 제조공법상 열수추출의 과정을 거친 원료로 사용한 것이어서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나, 원료를 공급한 소외 회사의 가공 전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다.
4) 이러한 제품들의 유통 원인은 최근 백수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재배기간이 짧고 가격은 1/3 수준에 불과한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유통·제조·판매한 것으로 판단된다(이하 ‘이 사건 쟁점부분’이라 한다).
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 4. 30. ‘소외 회사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다. 이엽우피소의 혼입비율은 확인할 수 없고, 이엽우피소는 식품원료로 사용이 허가되지 않았으나,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의 섭취로 인한 인체 위해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검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소외 회사는 같은 날 비의도적이었으나 자사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것에 대하여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 사건 가처분 신청사건을 취하하였다.
마. 수원지방검찰청 검사는 2015. 6. 26. 소외 회사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에 관하여 ‘소외 회사에서 보관 중이던 건조 백수오 샘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으나, 그 혼입비율이 평균 3% 정도로서 소외 회사가 이엽우피소를 혼입할 경제적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소외 회사가 이엽우피소 혼입을 방지하기 위한 검사시스템을 개선하여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소외 회사가 고의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하거나 이를 묵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 5.부터 약 2년간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에 관한 동물 독성시험을 실시하여 2017. 8. 22. 결과를 발표하였다. 주된 내용은 ‘백수오는 열수추출물의 형태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이엽우피소는 현행처럼 식품원료로 인정하지 않는다. 백수오는 열수추출물의 경우 이상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엽우피소는 열수추출물의 경우 고용량에서, 분말의 경우 저용량부터 고용량까지 간 독성 등의 이상 증상이 발생하였다.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미량 혼입되더라도 위해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사. 피고 소비자원의 2015. 4. 21. 공표가 있기 전에 주당 86,600원이던 소외 회사의 주가는 위 공표 이후 약 한 달간 대부분 하한가를 기록하였고 2015. 5. 22.에는 1/10 수준인 주당 8,550원까지 하락하였다.
아. 원고들은 2018. 4. 4.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공표는 소외 회사가 의도적으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하지 않았는데도 이에 대하여 충분한 조사와 증거 없이 마치 원가 절감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이엽우피소를 혼입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서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한 공표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아 위법하고, 이로 인하여 소외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저가에 소외 회사의 주식을 매도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이 사건 각 공표 행위의 위법성에 관하여
가. 1) 일정한 행정목적 달성을 위하여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등 이른바 행정상 공표의 방법으로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이에 대한 증명이 없더라도 공표의 주체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위법성이 없고, 이는 언론을 포함한 사인(私人)이 한 명예훼손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실명공표 자체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청에서 비롯되는 무거운 주의의무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표 주체의 광범한 사실조사능력, 그리고 공표된 사실이 진실하리라는 점에 대한 국민의 강한 기대와 신뢰 등에 비추어 볼 때 사인이 행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므로, 공표사실이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가 없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다57689 판결 등 참조). 또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그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그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대법원 2006. 12. 22. 선고 2006다15922 판결 등 참조), 여기에는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이 “한국소비자원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사실 중 소비자의 권익증진, 소비자피해의 확산 방지, 물품 등의 품질향상 그 밖에 소비생활의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은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거나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함으로써 한국소비자원에 그 본문에서 정한 소비자의 권익증진이나 소비자피해의 확산 방지 등을 위하여 공표할 필요가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표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그 단서에서 정한 사업자단체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나 다른 공익상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공표 여부를 결정할 재량권을 부여한 점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한다.
2)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원고가 청구원인으로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때에는 그 허위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다. 다만 피고가 적시된 사실에 대하여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항변할 경우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피고가 부담한다(대법원 2008. 1. 24. 선고 2005다58823 판결,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2다280283 판결 등 참조).
3) 행정상 공표의 경우에도 순수하게 의견만을 표명하는 것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될 여지가 없으나, 의견이나 평가를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적시된 전체 내용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적시된 내용이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의견 또는 평가를 표명하는 것인지 여부 및 허위인지 여부는 그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아래에서 문언의 객관적인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여기에다가 그 내용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6다45275 판결 및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피고 소비자원이 공표한 내용의 중요한 부분은 ‘이엽우피소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이 금지된 것인데 소외 회사의 백수오 원료 등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었고, 위 원료를 사용하여 제조된 소외 회사의 백수오 제품 등이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사건 쟁점부분은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백수오 제품들이 제조·유통되는 원인에 관하여 다소 과장된 추측을 부기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 소비자원이 허위사실을 공표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안전을 위하여 이 사건 각 공표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공표가 소비자기본법 제35조 제3항이 정한 공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거나 긴급한 필요 없이 이 사건 각 공표를 진행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사건 각 공표 당시 피고 소비자원은 소외 회사 제품에 포함된 이엽우피소의 양이나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경위를 확인한 바 없고, 소외 회사가 원가 절감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소외 회사의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비율이나 소외 회사가 이엽우피소 혼입에 대한 검사 시스템을 운용·개선하여 온 사정 등을 고려하면 소외 회사의 이엽우피소 혼입에 어떠한 의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그럼에도 피고 소비자원은 소외 회사를 비롯하여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백수오 제품의 제조 등에 관여한 업체 등이 원가 절감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백수오를 이엽우피소로 대체하였다는 취지의 이 사건 쟁점부분을 공표함으로써 소외 회사의 백수오 제품이나 원료 대부분에 인체에 유해한 이엽우피소가 상당량 혼입되었음을 암시하였다. 이는 갱년기 장애 등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백수오 제품이나 원료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다.
3) 특히 이 사건 쟁점부분에서 다른 원인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마치 혼입 경위에 관한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인 것처럼 “판단된다.”라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점, 이 사건 각 공표에서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 “이엽우피소를 원료로 사용”, “가짜 백수오를 백수오로 둔갑시켜” 등의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 등의 사정까지 종합하면, 이 사건 각 공표는 중요한 부분에 대하여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히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객관적이고도 타당한 확증과 근거가 있다거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더구나 피고 소비자원은, 소외 회사가 법원에 제기한 이 사건 공표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사건의 심문기일이 지정되어 이를 통지받았음에도 그 심문기일 이전에 이 사건 공표를 강행하였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 소비자원의 이 사건 각 공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은 허위사실의 인정 여부와 행정상 공표의 위법성조각사유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아래 제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공표와 원고들 주장의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없으므로,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3.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위법한 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일반적인 결과 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가해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7다24758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이 사건 각 공표 행위에 위법성이 있더라도 그 위법행위의 상대방 및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직접적인 피해자는 위 각 공표의 대상자인 소외 회사이고, 그 주주인 원고들은 소외 회사의 자산가치 상실로 인하여 주가 하락이라는 반사적 손실을 입은 것에 불과하다는 등의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공표와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다소 부적절해 보이는 부분이 있으나 이 사건 각 공표 행위와 원고들 주장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신숙희(재판장), 노태악(주심), 서경환, 마용주